- 출처 : 더나은미래 ( https://www.futurechosun.com/ )
- 최종 배포 일시 : 2024.6.28.
- 조유현 기자 (oil_line@chosun.com )
수원 영아 사망사건, 청년 무연고 사망… 사회문제가 곪아 터진 후 이슈가 돼야 새로운 대책이 만들어지는 것은 여전합니다. 2024년 복지 예산 122조 3779억원. 매년 복지 예산은 늘어나지만, 정책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사각지대는 끊임없이 생겨납니다.
‘더나은미래’에서는 아동·청소년·청년·노인·장애인 등 사회복지 현장의 사각지대는 무엇인지 들여다보고, 민간 차원의 해법과 성과를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사각지대 해법 찾기] 기사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두번째 이야기로 숨겨진 아이들 '수용자 자녀'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주셨습니다. |
“아빠 없이도 엄마 말 잘 들으며 살아야 한다.”
지현(가명)은 중학교 때 아버지의 이 한마디를 끝으로 약 4년 동안 아버지를 집에서 볼 수 없었다. 아버지가 성추행으로 고소를 당해 수감된 것이다. 지현 아버지는 택시 기사였는데, 술에 취한 여성이 아버지를 고소했다는 얘기를 어머니로부터 전해 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버지가 택시 운전을 하기 전 사업을 하다 난 부도 때문에 채권자들이 아버지를 고소했다. 지현 아버지는 3년 8개월을 교도소에서 보내야 했다. 지현은 아버지의 부재로 당장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려야 했다. 아버지가 모든 경제 활동을 담당했기 때문에 지현네 집 수입은 0원이었다.
지현은 당장 살던 집에서 이사해야 했다. 학교와 멀리 떨어진 지역에 10평도 안 되는 집에선 엄마와 지현, 지현 언니와 오빠, 동생까지 5명이 함께 지내야 했다. 어머니가 마트에서 일을 시작했고, 형도 아르바이트해 생활비를 보탰지만, 5인 가족에겐 턱없이 부족했다.
식사는 주로 교회에서 주는 반찬으로 해결해야 했으며, 옷은 어머니 지인들로부터 물려받아 입었다. 그러던 중 다행히 지현 오빠가 신청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선정돼 돈을 지원받았고, 수용자 자녀 지원 비영리단체 ‘세움’을 통해서도 매달 7만원씩 받아 가까스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지현은 수용자 자녀였다. 수용자 자녀란, 구치소나 교도소에 수감된 이들의 미성년 자녀를 칭하는 말이다. 법무부 2024 현황조사에 따르면, 전체 5만8981명의 수용자 중 8267명(7.1%)이 미성년 자녀가 있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응답을 거부하는 인원이 약 1만명 정도 되기 때문에 미성년 자녀가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략...)
“쟤도 아버지처럼 사고 치는 거 아냐?” 편견까지
수용자 자녀는 세상의 차별적 시선에도 시달린다. 연우(가명)는 중학교 때 전교회장이 된 이후 어느 날, 학교 친구들이 자신이 수용자 자녀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시골 학교였던지라, 소문은 삽시간에 전교생에게 퍼졌다. 친구들은 ‘뻔뻔하다 못해 소름끼친다’ ‘범죄자 자식이 학교를 대표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라며 연우를 손가락질하고 비난했다. 그렇게 연우는 왕따가 됐다.
어느 날엔 수행평가 조별 과제 때문에 조원들과 교실에서 모이기로 했다. 시간에 맞춰 약속한 교실에 간 연우는 당황했다. 아무도 없었고, 연락도 되지 않았으며 기다려도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우는 한참의 기다린 끝에 터덜터덜 교실을 나섰는데, 옆 교실에서 친구들의 웃음 소리가 들렸다. 창문 사이로 자신을 빼고 화기애애한 조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나만 빼고 한 뒤에 ‘무임승차’라고 욕하려는 건가’ 온갖 부정적 생각이 연우를 사로잡았다. 우울한 마음에 울며 집으로 가는데 털어놓을 사람조차 없다는 사실이 연우를 더욱 슬프게 했다.
가족들에게조차 외면당하는 게 수용자 자녀의 현실이다. 지훈(가명)은 아빠가 수감된 후 엄마도 생계를 위해 집을 떠나자, 큰아버지집에서 생활하게 됐다. 처음에는 반갑게 맞아주는 듯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쟤도 자기 아빠처럼 사고 치는 거 아냐?’, ‘그 유전자 어디 가겠어?’라며 골칫덩이 보듯 대했다. 지훈은 그저 ‘죄송합니다’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나에게 일어난 변화는 ‘아버지의 부재’ 하나인데, 이제까지 나를 지켜주던 보호막은 모조리 사라졌고 주변의 취급 또한 손바닥 뒤집듯 바뀌었어요.”
“인식 전환, 민관협의체 구성해야”
전문가들은 수용자 자녀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지선 교수는 “왜 가해자의 자녀를 돕느냐는 인식이 큰데, 부모의 범죄와 자녀를 동일시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용자 자녀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을 때 상대방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준다면 조금씩 용기를 얻고 세상에 자신을 드러낼 수 있게 된다”며 “초기에 긍정적 수용을 경험하면 괴로웠던 과거로부터 완전한 회복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민관기간이 협력해 숨어 있는 수용자 자녀를 발굴하기 위해 ‘민관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재형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1월, 세움과 사단법인 온율과 함께 ‘위기 수용자 자녀 지원을 위한 민관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최 전 의원은 “수용자 가족 및 자녀를 지원 대상으로 하는 법 규정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고, 기존의 지원책 역시 파편화되어 있다”며 “여러 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민관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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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영아 사망사건, 청년 무연고 사망…
사회문제가 곪아 터진 후 이슈가 돼야 새로운 대책이 만들어지는 것은 여전합니다.
2024년 복지 예산 122조 3779억원.
매년 복지 예산은 늘어나지만, 정책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사각지대는 끊임없이 생겨납니다.
‘더나은미래’에서는 아동·청소년·청년·노인·장애인 등 사회복지 현장의 사각지대는 무엇인지 들여다보고,
민간 차원의 해법과 성과를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사각지대 해법 찾기] 기사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두번째 이야기로 숨겨진 아이들 '수용자 자녀'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주셨습니다.
“아빠 없이도 엄마 말 잘 들으며 살아야 한다.”
지현(가명)은 중학교 때 아버지의 이 한마디를 끝으로 약 4년 동안 아버지를 집에서 볼 수 없었다. 아버지가 성추행으로 고소를 당해 수감된 것이다. 지현 아버지는 택시 기사였는데, 술에 취한 여성이 아버지를 고소했다는 얘기를 어머니로부터 전해 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버지가 택시 운전을 하기 전 사업을 하다 난 부도 때문에 채권자들이 아버지를 고소했다. 지현 아버지는 3년 8개월을 교도소에서 보내야 했다. 지현은 아버지의 부재로 당장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려야 했다. 아버지가 모든 경제 활동을 담당했기 때문에 지현네 집 수입은 0원이었다.
지현은 당장 살던 집에서 이사해야 했다. 학교와 멀리 떨어진 지역에 10평도 안 되는 집에선 엄마와 지현, 지현 언니와 오빠, 동생까지 5명이 함께 지내야 했다. 어머니가 마트에서 일을 시작했고, 형도 아르바이트해 생활비를 보탰지만, 5인 가족에겐 턱없이 부족했다.
식사는 주로 교회에서 주는 반찬으로 해결해야 했으며, 옷은 어머니 지인들로부터 물려받아 입었다. 그러던 중 다행히 지현 오빠가 신청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선정돼 돈을 지원받았고, 수용자 자녀 지원 비영리단체 ‘세움’을 통해서도 매달 7만원씩 받아 가까스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지현은 수용자 자녀였다. 수용자 자녀란, 구치소나 교도소에 수감된 이들의 미성년 자녀를 칭하는 말이다. 법무부 2024 현황조사에 따르면, 전체 5만8981명의 수용자 중 8267명(7.1%)이 미성년 자녀가 있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응답을 거부하는 인원이 약 1만명 정도 되기 때문에 미성년 자녀가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략...)
“쟤도 아버지처럼 사고 치는 거 아냐?” 편견까지
수용자 자녀는 세상의 차별적 시선에도 시달린다. 연우(가명)는 중학교 때 전교회장이 된 이후 어느 날, 학교 친구들이 자신이 수용자 자녀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시골 학교였던지라, 소문은 삽시간에 전교생에게 퍼졌다. 친구들은 ‘뻔뻔하다 못해 소름끼친다’ ‘범죄자 자식이 학교를 대표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라며 연우를 손가락질하고 비난했다. 그렇게 연우는 왕따가 됐다.
어느 날엔 수행평가 조별 과제 때문에 조원들과 교실에서 모이기로 했다. 시간에 맞춰 약속한 교실에 간 연우는 당황했다. 아무도 없었고, 연락도 되지 않았으며 기다려도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우는 한참의 기다린 끝에 터덜터덜 교실을 나섰는데, 옆 교실에서 친구들의 웃음 소리가 들렸다. 창문 사이로 자신을 빼고 화기애애한 조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나만 빼고 한 뒤에 ‘무임승차’라고 욕하려는 건가’ 온갖 부정적 생각이 연우를 사로잡았다. 우울한 마음에 울며 집으로 가는데 털어놓을 사람조차 없다는 사실이 연우를 더욱 슬프게 했다.
가족들에게조차 외면당하는 게 수용자 자녀의 현실이다. 지훈(가명)은 아빠가 수감된 후 엄마도 생계를 위해 집을 떠나자, 큰아버지집에서 생활하게 됐다. 처음에는 반갑게 맞아주는 듯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쟤도 자기 아빠처럼 사고 치는 거 아냐?’, ‘그 유전자 어디 가겠어?’라며 골칫덩이 보듯 대했다. 지훈은 그저 ‘죄송합니다’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나에게 일어난 변화는 ‘아버지의 부재’ 하나인데, 이제까지 나를 지켜주던 보호막은 모조리 사라졌고 주변의 취급 또한 손바닥 뒤집듯 바뀌었어요.”
“인식 전환, 민관협의체 구성해야”
전문가들은 수용자 자녀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지선 교수는 “왜 가해자의 자녀를 돕느냐는 인식이 큰데, 부모의 범죄와 자녀를 동일시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용자 자녀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을 때 상대방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준다면 조금씩 용기를 얻고 세상에 자신을 드러낼 수 있게 된다”며 “초기에 긍정적 수용을 경험하면 괴로웠던 과거로부터 완전한 회복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민관기간이 협력해 숨어 있는 수용자 자녀를 발굴하기 위해 ‘민관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재형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1월, 세움과 사단법인 온율과 함께 ‘위기 수용자 자녀 지원을 위한 민관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최 전 의원은 “수용자 가족 및 자녀를 지원 대상으로 하는 법 규정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고, 기존의 지원책 역시 파편화되어 있다”며 “여러 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민관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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