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수용자 자녀가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꿈꾸다, 사회복지학과 이지선 교수

2024-09-02
  • 출처 : 이대학보 (https://www.naewoeilbo.com/)
  • 최초 배포 일시 : 2024.09.01.
  • 이유민 기자 (youmins04122@ewhain.net)
이대 학보사에서 부모의 수감으로 사회적 고립에 놓인 수용자 자녀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는
세움 연구소 소장 이지선 교수님의 이야기를 담아주셨습니다. 


수용자 자녀는 구치소나 교도소에 수감된 이들의 미성년 자녀를 칭하는 말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진행한 ‘수용자 자녀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보고서 발간 당시 수용자 자녀 수는 약 5만4000명이다. 그리고 7년 전 조사를 마지막으로 2024년 현재까지 국가 차원의 수용자 자녀 현황 파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수용자 자녀들의 인권 보장과 지원을 위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 온 이가 있다. 돌봄 사각지대에 내몰려 제2의 피해자로 살아가는 수용자 자녀가 당당히 설 수 있도록 힘쓰는 아동복지실천회 ‘세움’ 연구소(세움) 소장 이지선 교수(사회복지학과)다.


어둠 속 숨겨진 수용자 자녀를 발견하다

이 교수가 수용자 자녀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지인들과 만난 식사 자리에서 사회를 위해 ‘좋은 일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이 모인 것이 시작이었다. 의기투합한 이들은 세움의 문을 두드렸다. 식사 자리에 참여한 개그우먼 송은이씨가 아동복지실천회 세움 이경림 대표와 안면이 있기 때문이었다.

세움에서 수용자 자녀 연구를 시작하기 전인 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교수에게 수용자 자녀란 생소한 존재이자 완벽한 타인이었다. 그러나 현재 이 교수에게 이들은 누구보다도 응원하는 가족 같은 존재가 됐다. 수용자 자녀들과 만난 후, 사회에서 작은 목소리를 가진 수용자 자녀의 권리에 관해 이야기할 어른이 필요하다고 느낀 이 교수는 2020년부터 수용자 자녀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아이들과 단체로 만날 수 없었던 이 교수는 아이들을 소규모로 만나며 관계를 형성했다.

수용자 자녀를 위한 성장지원비를 지급하고, 인식 개선 캠페인 등의 사업을 진행하는 세움의 가장 큰 역할은 수감자 자녀들의 ‘비밀 친구’가 돼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수용자 자녀들은) 부모의 수감이라는 비밀을 가졌고, 멘토와 멘티가 그 비밀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비밀 친구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만난다”고 말했다. 5살 때 아버지가 수감된 이후 남은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억눌렸던 중학생 아이는 처음엔 쭈뼛거리며 이 교수를 어색하게 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함께 캠프를 가고 영화를 보는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며 아이는 이 교수와 세움에 점차 마음을 열었다. 그렇게 세움은 중학생 수용자 자녀가 대학생이 되고 직업을 갖기까지 그의 비밀 친구로 자리했다.


소중한 변화와 성장을 이룬 ‘찾아가는 멘토링’

2022년부터 세움에서 시작된 ‘찾아가는 멘토링’은 수용자 자녀를 직접 찾아가는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사회성과 의사소통 기술 향상을 목표로 한다. 연구소 소속 직원들이 멘토로, 수용자 자녀가 멘티로 만나 보통 2명 이상의 멘티와 1명의 멘토가 조를 구성한다. 이는 비수도권에 거주하는 수용자 자녀들이 서울에 위치한 세움에서 진행하는 기존 멘토링 사업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시작된 사업으로, 현재 수도권을 비롯한 충청권, 전라권 지역에서 진행 중이다. 주요 활동으로는 멘토가 멘티의 거주 지역에 찾아가 함께 전시를 관람하거나 동물원에 가는 등의 여가생활 및 놀이 활동이 있다. 찾아가는 멘토링에 참여한 한 남학생은 멘토링에서 살아갈 원동력을 얻었다. 부모의 수감 이후 게임 중독에 빠져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던 그는 멘토링을 통해 비슷한 경험을 한 친구들과 만나 교류하며 ‘내 삶도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교수는 누군가에게 사랑과 지지를 받는 경험이 남학생의 자존감을 높이는 데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이 교수는 찾아가는 멘토링의 효과성을 양적, 질적 연구로 입증했다. 멘토링 활동에 참여한 수용자 자녀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프로그램의 효과성을 살폈다. 인터뷰에서 멘티들에게 활동에 참여하게 된 동기, 아쉬웠던 점, 기억에 남는 점 등을 질문함으로써 유의미한 내용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멘토링 활동 이후 수용자 자녀들은 대인관계 기술이 크게 향상했으며 웃음이 많아지는 등의 긍정적인 정서변화를 보였다. 이 교수는 찾아가는 멘토링 활동 전과 후 멘티들의 변화를 수치화하는 연구도 함께 진행했으며, 현재 관련 논문을 학회지에 게재할 예정이다.


수용자 자녀의 건강한 성장과 행복을 위해

수용자 자녀가 겪는 어려움의 종류는 복합적이지만 그들의 삶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제적 어려움이다. 경제활동을 담당하던 부양자가 수감되면 가정의 소득은 끊기며, 재판 과정에서도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기에 대부분의 수감자 자녀는 심각한 경제적 빈곤에 시달린다. 그렇기에 세움은 아이들이 체계적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행정 절차를 돕는다. 국가 지원을 받기 위해 부모의 수감과 경제적 어려움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아이들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특히 부모의 재판 과정을 홀로 겪어야 하는 아이들에게는 수용자 자녀 접견 비용을 지원해 주고, 교도소 면회를 가는 경우 동행하는 등의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아이들은 자신을 지지해 주는 심리적 울타리가 있을 때 건강하게 성장한다. 실제로 세움의 지원은 수용자 자녀들의 범죄 대물림을 끊는 역할도 담당한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조사한 2017년 수용자 자녀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수용자 자녀의 범죄율은 우리나라 전체 소년 범죄율의 약 2.2배 높다. 이 교수는 “그러나 세움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은 아이들의 범죄율은 (다른 수용자 자녀들의 범죄율에 비해) 굉장히 낮다”고 말했다.

세움은 현재 국가의 수용자 자녀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세움은 국가적 차원에서 수용자 자녀 실태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미성년 수용자 자녀의 접견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하도록 하는 내용을 명시한 ‘형의 집행 및 수용자 처우에 관한 법률’ 개정을 이끌어냈다. 이 교수의 목표는 세움을 통해 수용자 자녀들이 경제적, 정서적 위기를 극복하고 사회 안에서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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