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한국일보(출처로 이동)
- 최초 배포 일시 : 2025. 8. 4.
- 최현빈 기자
- 부모 입소하면 자녀 '생활고' 시달려 - 손가락질 두려워 위축 - "아빠는 없는 사람" 가족 해체 경험 - 발굴도 어려운 현실, "법제화 시급" |
"당분간 아빠 못 볼 것 같아. 사업에 문제가 생겨서 잠시 들어가셨어."
8년 전 그날 밤, 엄마가 넌지시 던진 말에 민아(가명·당시 13세)씨의 심장이 쿵쿵 뛰었다. '수감'이란 단어 뜻조차 제대로 모르던 때라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웠다. 무슨 죄를 저지른 건지, 어쩌다 그랬는지,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궁금한 건 많았지만 물어보지 못했다. "내 부모가 범죄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으니까요. 왠지 나까지 잘못한 것 같았거든요."
네 남매를 홀로 책임지게 된 민아씨 엄마는 밤낮으로 일을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하지만 가세는 계속 기울었다. 집에 쌀 한 톨도 없는 날이 잦아졌고 라면·토스트를 주로 먹게 됐다. 민아는 거짓말도 늘었다. 친구들에겐 아버지 직업을 지어내서 말하곤 했다. 화목한 가정에서 아무 문제없이 자란 아이처럼 보이려고 애썼다. 범죄자의 자식이란 이유로 손가락질받게 될까 봐 두려워서다.
부모 중 한 명 또는 부모가 둘 다 교정시설에 있는 아이들을 '수용자 자녀'라고 한다. 철창 밖에 남겨진 아이들은 지금도 생계 곤란과 사회적 낙인으로 인한 정서적 고통을 겪고 있다.
미성년 부모 수용자 10명 중 4명 가난
생계를 부양하던 부모가 수감되면 자녀는 빈곤이라는 감옥에 갇힌다. 법무부의 '2025 수용자 미성년 자녀 현황조사'를 보면 미성년 자녀를 둔 수용자 9,253명 중 절반 가까운 45%(4,166명)가 '경제 상황이 어렵다'(다소 어려움+매우 어려움)고 답했다. 정부 차원의 첫 수용자 자녀 관련 통계라 할 수 있는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 '수용자 자녀 인권상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수용자 가정 10곳 중 1곳(11.7%)이 기초생활수급 가정이었다. 당시 전체 국민 평균 수급 비율(2.3%)의 5배를 웃돈다.
실제로 대학생 지우(가명·21)씨는 과거 학창시절 아버지가 수감된 뒤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가난'을 꼽았다. "먹고 싶은 걸 먹지 못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음식에 집착하는 버릇이 아직까지도 남아있을 정도니까요. 다니던 학원도 거의 그만둬야 했고, 어머니는 일을 하게 되면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났어요."
부모가 수감되기 직전 발생했던 소득이 국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오히려 차단하기도 한다. 수급자 선정 시 재산과 직전 소득 등을 따지기 때문에 자격 요건에 미달하게 되는 것이다. 이지선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수용자 가정이 계속 가난했던 게 아니라 수감으로 인해 수입이 끊기며 빈곤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재판 등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이 들어 평범했던 가정이라도 일순간 가난해진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국내 유일 민간 수용자 지원 단체인 아동복지실천회 '세움'에서 수용자 자녀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후략)
출처: 한국일보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73008330003595
- 부모 입소하면 자녀 '생활고' 시달려
- 손가락질 두려워 위축
- "아빠는 없는 사람" 가족 해체 경험
- 발굴도 어려운 현실, "법제화 시급"
"당분간 아빠 못 볼 것 같아. 사업에 문제가 생겨서 잠시 들어가셨어."
8년 전 그날 밤, 엄마가 넌지시 던진 말에 민아(가명·당시 13세)씨의 심장이 쿵쿵 뛰었다. '수감'이란 단어 뜻조차 제대로 모르던 때라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웠다. 무슨 죄를 저지른 건지, 어쩌다 그랬는지,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궁금한 건 많았지만 물어보지 못했다. "내 부모가 범죄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으니까요. 왠지 나까지 잘못한 것 같았거든요."
네 남매를 홀로 책임지게 된 민아씨 엄마는 밤낮으로 일을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하지만 가세는 계속 기울었다. 집에 쌀 한 톨도 없는 날이 잦아졌고 라면·토스트를 주로 먹게 됐다. 민아는 거짓말도 늘었다. 친구들에겐 아버지 직업을 지어내서 말하곤 했다. 화목한 가정에서 아무 문제없이 자란 아이처럼 보이려고 애썼다. 범죄자의 자식이란 이유로 손가락질받게 될까 봐 두려워서다.
부모 중 한 명 또는 부모가 둘 다 교정시설에 있는 아이들을 '수용자 자녀'라고 한다. 철창 밖에 남겨진 아이들은 지금도 생계 곤란과 사회적 낙인으로 인한 정서적 고통을 겪고 있다.
미성년 부모 수용자 10명 중 4명 가난
생계를 부양하던 부모가 수감되면 자녀는 빈곤이라는 감옥에 갇힌다. 법무부의 '2025 수용자 미성년 자녀 현황조사'를 보면 미성년 자녀를 둔 수용자 9,253명 중 절반 가까운 45%(4,166명)가 '경제 상황이 어렵다'(다소 어려움+매우 어려움)고 답했다. 정부 차원의 첫 수용자 자녀 관련 통계라 할 수 있는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 '수용자 자녀 인권상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수용자 가정 10곳 중 1곳(11.7%)이 기초생활수급 가정이었다. 당시 전체 국민 평균 수급 비율(2.3%)의 5배를 웃돈다.
실제로 대학생 지우(가명·21)씨는 과거 학창시절 아버지가 수감된 뒤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가난'을 꼽았다. "먹고 싶은 걸 먹지 못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음식에 집착하는 버릇이 아직까지도 남아있을 정도니까요. 다니던 학원도 거의 그만둬야 했고, 어머니는 일을 하게 되면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났어요."
부모가 수감되기 직전 발생했던 소득이 국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오히려 차단하기도 한다. 수급자 선정 시 재산과 직전 소득 등을 따지기 때문에 자격 요건에 미달하게 되는 것이다. 이지선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수용자 가정이 계속 가난했던 게 아니라 수감으로 인해 수입이 끊기며 빈곤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재판 등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이 들어 평범했던 가정이라도 일순간 가난해진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국내 유일 민간 수용자 지원 단체인 아동복지실천회 '세움'에서 수용자 자녀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후략)
출처: 한국일보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730083300035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