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서 초등학생 딸의 머리 한올한올 땋아주는 엄마의 눈물
연합뉴스에서 세움 이경림 대표와의 인터뷰 통해 세움의 설립 과정, 아동 수감인지의 중요성, 아동친화적 가족접견실 설립 과정 등 세움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담아주셨습니다. |
- 출처 : 연합뉴스 (https://m.yna.co.kr/)
- 최종 배포 일시 : 2023.10.24.
- 윤근영 선임 기자/ 취재지원 : 김수지 인턴 기자
* 해당 인터뷰는 분량이 많아 앞으로 3주간 나눠 송고될 예정입니다.
"5살 먹은 아이는 엄마와 함께 교도소에 왔다. 아빠를 만나기 위한 것이었다. 저쪽에서 아빠가 걸어왔다. 오랜만에 보는 아빠여서 너무 반가웠다. 그런데 아빠를 만질 수도 없고, 안길 수도 없었다. 더욱이 아빠는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는 열어주지 않았다. 아이는 그곳이 교도소인 줄 모르기에 아빠로부터 거부당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엄마는 이 장면을 보고 펑펑 울었다."
위 이야기는 아동 친화적 가족 접견실이 도입되기 전에 교도소 면회실에 있었던 일이다. 반면에 다음은 2017년부터 전국 교도소에 설치된 아동 친화적 가족 접견실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모습이다.
"교도소에 할아버지와 초등학생 손녀딸이 면회를 왔다. 할아버지의 딸 미숙(가명) 씨가 수용자였다. 접견 장소는 가정집 거실 같았다. 할아버지는 음식을 만들 줄 몰랐기에 달걀부침 10개를 만들어 와서 내놨다. 미숙 씨는 딸이지만 엄마이기도 했다. 7년 만에 딸을 봤지만, 해줄 게 없었다. 그녀는 어린 딸의 머리를 빗겨주고, 한올 한올 땋아주기 시작했다"
이경림(59)은 교도소 수용자 자녀들을 지원하는 아동복지실천회 세움의 대표다. 세움은 아동 친화적인 가족 접견실을 만드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단체다.
(중략)
-- '세움'은 어떻게 시작됐나.
▲ 초등학교 5학년생 여자아이가 있었다. 이 아이의 아버지는 초등학교도 나오지 않았으나 성실한 사람이었다. 트럭에 채소를 싣고 다니면서 장사를 했는데, 무면허 사고로 수감됐다. 이 아이의 아버지는 부인과 이혼한 상태였기에 딸을 동네의 지인한테 맡겼다. 얼마 후에 심각한 문제가 일어났다. 이 사람이 아이를 성적으로 학대한 것이다. 이 아이가 로뎀나무 집에 오면서 우리는 그 사실을 알게 됐다. 이때 나는 수용자 자녀에 대한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했다.
-- 세움은 주로 어떤 일을 하나.
▲ 부모 중 한명 또는 부모 모두가 수감되면 그 자녀들은 위기에 빠진다. 당장 생계가 어려워지고, 정서적으로 흔들린다. 돈이 없어서 면회도 가지 못한다. 우리는 이런 아이들을 돕는 일을 한다.
-- 수용자 자녀는 어느 정도 있나.
▲ 전국에 5만4천명 정도 있다. 수용자 자녀의 40%는 부모의 수감 사실을 알지만 60%는 모른다. 보호자가 아이들한테 알리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 아버지가 수감되면 일반적으로 어머니는 아이에게 뭐라고 설명하나.
▲ 외국이나 지방에 일하러 갔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아니면 교도소에서 근무한다고 둘러댄다.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게 된다. 일하러 멀리 간 것이라면 전화라도 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 수용자 자녀가 부모의 수감 사실을 알게 되는 경로는.
▲ 친척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던 중에 수용자에 대해 언급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아이가 우연히 듣고는 부모가 감옥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재판 일정이 들어있는 우편물을 보게 되는 경우, 할머니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접하게 되는 경우 등이 있다.
-- 아이한테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게 나은가.
▲ 우리는 그렇게 하라고 권한다. 아이는 혹시 부모한테 버려진 것이 아닌지, 부모가 죽은 것은 아닌지 걱정한다. 부모가 감옥에 있다고 이야기하면 차라리 안도한다. 자기를 버렸거나 사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아이가 부모의 행방을 알고자 할 때, 알려줬을 경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될 때 이야기하라고 한다. 부모의 구체적 범죄 내용을 설명해줄 필요는 없다. 아버지가 잘못한 일이 있고, 벌을 받기 위해 교도소에 있으며, 원하면 면회를 할 수 있다는 정도로 말해주면 된다.
--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나.
▲ 작년에 서울 강남 지역에 물난리가 났을 때 한 아이의 아빠가 수감됐다. 몇개월 후 겨울에 어머니는 고민 끝에 아이에게 아빠의 수감 사실을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그 아이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아빠가 물난리로 죽은 줄 알았다는 것이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수감 사실보다는 자신을 버렸는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것인지, 죽었는지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측면이 있다.
기사 전문 보기
교도소에서 초등학생 딸의 머리 한올한올 땋아주는 엄마의 눈물
연합뉴스에서 세움 이경림 대표와의 인터뷰 통해
세움의 설립 과정, 아동 수감인지의 중요성, 아동친화적 가족접견실 설립 과정 등
세움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담아주셨습니다.
* 해당 인터뷰는 분량이 많아 앞으로 3주간 나눠 송고될 예정입니다.
"5살 먹은 아이는 엄마와 함께 교도소에 왔다. 아빠를 만나기 위한 것이었다. 저쪽에서 아빠가 걸어왔다. 오랜만에 보는 아빠여서 너무 반가웠다. 그런데 아빠를 만질 수도 없고, 안길 수도 없었다. 더욱이 아빠는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는 열어주지 않았다. 아이는 그곳이 교도소인 줄 모르기에 아빠로부터 거부당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엄마는 이 장면을 보고 펑펑 울었다."
위 이야기는 아동 친화적 가족 접견실이 도입되기 전에 교도소 면회실에 있었던 일이다. 반면에 다음은 2017년부터 전국 교도소에 설치된 아동 친화적 가족 접견실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모습이다.
"교도소에 할아버지와 초등학생 손녀딸이 면회를 왔다. 할아버지의 딸 미숙(가명) 씨가 수용자였다. 접견 장소는 가정집 거실 같았다. 할아버지는 음식을 만들 줄 몰랐기에 달걀부침 10개를 만들어 와서 내놨다. 미숙 씨는 딸이지만 엄마이기도 했다. 7년 만에 딸을 봤지만, 해줄 게 없었다. 그녀는 어린 딸의 머리를 빗겨주고, 한올 한올 땋아주기 시작했다"
이경림(59)은 교도소 수용자 자녀들을 지원하는 아동복지실천회 세움의 대표다. 세움은 아동 친화적인 가족 접견실을 만드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단체다.
(중략)
-- '세움'은 어떻게 시작됐나.
▲ 초등학교 5학년생 여자아이가 있었다. 이 아이의 아버지는 초등학교도 나오지 않았으나 성실한 사람이었다. 트럭에 채소를 싣고 다니면서 장사를 했는데, 무면허 사고로 수감됐다. 이 아이의 아버지는 부인과 이혼한 상태였기에 딸을 동네의 지인한테 맡겼다. 얼마 후에 심각한 문제가 일어났다. 이 사람이 아이를 성적으로 학대한 것이다. 이 아이가 로뎀나무 집에 오면서 우리는 그 사실을 알게 됐다. 이때 나는 수용자 자녀에 대한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했다.
-- 세움은 주로 어떤 일을 하나.
▲ 부모 중 한명 또는 부모 모두가 수감되면 그 자녀들은 위기에 빠진다. 당장 생계가 어려워지고, 정서적으로 흔들린다. 돈이 없어서 면회도 가지 못한다. 우리는 이런 아이들을 돕는 일을 한다.
-- 수용자 자녀는 어느 정도 있나.
▲ 전국에 5만4천명 정도 있다. 수용자 자녀의 40%는 부모의 수감 사실을 알지만 60%는 모른다. 보호자가 아이들한테 알리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 아버지가 수감되면 일반적으로 어머니는 아이에게 뭐라고 설명하나.
▲ 외국이나 지방에 일하러 갔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아니면 교도소에서 근무한다고 둘러댄다.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게 된다. 일하러 멀리 간 것이라면 전화라도 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 수용자 자녀가 부모의 수감 사실을 알게 되는 경로는.
▲ 친척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던 중에 수용자에 대해 언급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아이가 우연히 듣고는 부모가 감옥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재판 일정이 들어있는 우편물을 보게 되는 경우, 할머니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접하게 되는 경우 등이 있다.
-- 아이한테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게 나은가.
▲ 우리는 그렇게 하라고 권한다. 아이는 혹시 부모한테 버려진 것이 아닌지, 부모가 죽은 것은 아닌지 걱정한다. 부모가 감옥에 있다고 이야기하면 차라리 안도한다. 자기를 버렸거나 사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아이가 부모의 행방을 알고자 할 때, 알려줬을 경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될 때 이야기하라고 한다. 부모의 구체적 범죄 내용을 설명해줄 필요는 없다. 아버지가 잘못한 일이 있고, 벌을 받기 위해 교도소에 있으며, 원하면 면회를 할 수 있다는 정도로 말해주면 된다.
--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나.
▲ 작년에 서울 강남 지역에 물난리가 났을 때 한 아이의 아빠가 수감됐다. 몇개월 후 겨울에 어머니는 고민 끝에 아이에게 아빠의 수감 사실을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그 아이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아빠가 물난리로 죽은 줄 알았다는 것이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수감 사실보다는 자신을 버렸는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것인지, 죽었는지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측면이 있다.
기사 전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