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이기 전에 ‘아이’입니다
중앙대학교 학보사 중대신문에서 수용자 자녀의 현실을 담은 기사를 담아주셨습니다. 종합 지원 위한 컨트롤타워 구축 필요 수용자 꼬리표 뗀 아동으로 바라봐야 |
- 출처 : 중대신문 (http://news.cauon.net/)
- 최종 배포 일시 : 2023.08.28
- 도다연. 이주희 기자
영화 <7번방의 선물>에서 홀로 집에 남은 예승이가 체포된 아버지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장면은 과장된 현실이 아니다. 실제로 많은 수용자 자녀들은 법의 사각지대와 차가운 사회적 시선 속에서 방치되고 있다. 수용자 자녀가 아이답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수용자 자녀의 현실을 고려한 해결책과 수용자 자녀가 존중받는 사회가 되는 길을 모색해 봤다.
부모의 수용 이후 수용자 자녀 대부분은 심리적 충격을 비켜 가기 어렵다. 느닷없이 들이닥친 경찰이 부모에게 수갑을 채우는 장면은 자녀들에게 충격의 순간으로 남아 전 생애에 걸쳐 기억되기 때문이다. 부모의 체포 상황에서 자녀의 충격을 예방하기 위해 경찰청은 「범죄수사규칙」을 제정해 체포 시 행동수칙과 수용자 가족에 대한 현장 조치 방안을 마련했다. 이는 체포 과정에서 수용자 가족에 대한 행동수칙 마련이 미진하다는 국가인권위의 지적을 반영해 관련 규정을 개정·신설한 것이다.
수용자 자녀의 심리 상담을 위한 전문인력의 투입과 전문 상담기관의 확충도 중요하다. 박선영 교수(한세대 경찰행정학과)는 “부모의 수감 사실을 자녀가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며 “전문 상담사나 심리치료사를 통해 자녀의 시각을 고려한 설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림 대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부모의 수감 사실을 사실대로 알리는 것이 자녀의 건강한 사고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수용자 자녀들만으로 구성된 편안한 캠프나 진로지도 프로그램이 시행되는 상담기관은 더욱 절실하다. 수용자 자녀는 일반 가정의 자녀와 달리 가족의 이야기를 바깥으로 꺼내기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수용자 자녀의 부모수감 이후 삶의 변화와 서비스 욕구에 관한 질적 연구」(이지선 외 2인, 2022)에 따르면 수용자 자녀는 자신이 상담을 받는 기록조차 외부에 남기지 않을 만큼 가족과 관련한 사안에 예민하기 때문에 철저하게 비밀이 유지되는 상담 지원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경제적 어려움 역시 남겨진 수용자 자녀의 목을 옥죈다. 부양자가 부재한 수용자 자녀들은 생활비나 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어린 나이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행법상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수용자 자녀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통해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수용자 자녀를 온전히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생계급여는 4인 가구 기준 183만 3572원, 1인 가구 기준 62만 3368원이 지원된다. 그러나 이 금액만으로는 생계부양자의 부재로 인한 소득의 공백을 메꾸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재판이나 접견 과정에서 지출되는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현실적인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현행 제도에서 발생하는 수용자 자녀에 대한 경제적 지원 공백을 채우기 위해 별도의 기금을 마련하거나 기존의 기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 가능한 대안이다. 「범죄피해자보호기금법」 개정을 통해 수용자 자녀를 범죄피해자로 범주화하고 범죄피해자 보호 기금을 통해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한 가지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양육자의 수용으로 인해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아동은 자신이 관여하지 않은 양육자의 범죄행위로 인해 피해를 당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우의 수 고려한 세심한 지원 필요해]
수용자 자녀를 개별적 인격체로 존중할 수 있는 섬세한 지원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수용자 자녀에게 일률적인 지원책을 적용하기에는 다양한 상황에 놓인 자녀들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수용자 자녀 지원의 목적은 주로 ‘수용자의 교화’에 집중돼 있다. 자녀를 포함한 가정을 지원해야 수용자의 재범률을 낮출 수 있다는 범죄 통제 차원으로서 접근이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수용자 부모와의 결합을 원치 않는 자녀가 부모와 자신의 삶을 분리해 살아가는 데 있어 어려움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에 관해 박선영 교수는 “자녀가 부모와 관련해 법률적인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일 경우, 자녀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 과정에서 양육대상자인 부모의 공백을 메꿀 수 있도록 법정대리인 지정에 대한 안내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양중진 법무법인 솔 변호사는 “자녀가 부모와의 관계를 숙고해 결정하면 그 의사가 존중돼야 한다”며 “부모의 친권 상실 여부를 자녀가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부모의 죄를 자녀에게 투영하는 사회]
혈연이란 이유로 가족에게 연대책임을 묻는 연좌제는 1980년 폐지됐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는 수용자 자녀를 또 한 명의 수용자와 같이 바라보고 있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부모의 문제를 자식에게 투영하는 풍토는 점점 옅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정서적 연좌제는 한국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다. 양중진 변호사는 “예로부터 가족 단위 노동력이 중시되는 농경 사회로 대를 이어온 한국은 자식을 부모의 소유물로 여기는 인식이 강했다”며 “연대책임의 풍토는 유교 문화의 관례적 현상”이라고 정서적 연좌제의 뿌리를 설명했다.
수용자 자녀가 살아가기에 아직 우리 사회의 온도는 차갑기만 하다. 지원의 사각지대에 처한 수용자 자녀에게 국가 차원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함은 물론, 시민 개개인 역시 죄 없는 자녀에게 부모의 죄를 씌어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이들을 향한 냉랭한 시선에서 벗어나 그들의 고통에 진정으로 공감하는 따뜻한 품을 그려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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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이기 전에 ‘아이’입니다
중앙대학교 학보사 중대신문에서 수용자 자녀의 현실을 담은 기사를 담아주셨습니다.
종합 지원 위한 컨트롤타워 구축 필요
수용자 꼬리표 뗀 아동으로 바라봐야
영화 <7번방의 선물>에서 홀로 집에 남은 예승이가 체포된 아버지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장면은 과장된 현실이 아니다. 실제로 많은 수용자 자녀들은 법의 사각지대와 차가운 사회적 시선 속에서 방치되고 있다. 수용자 자녀가 아이답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수용자 자녀의 현실을 고려한 해결책과 수용자 자녀가 존중받는 사회가 되는 길을 모색해 봤다.
부모의 수용 이후 수용자 자녀 대부분은 심리적 충격을 비켜 가기 어렵다. 느닷없이 들이닥친 경찰이 부모에게 수갑을 채우는 장면은 자녀들에게 충격의 순간으로 남아 전 생애에 걸쳐 기억되기 때문이다. 부모의 체포 상황에서 자녀의 충격을 예방하기 위해 경찰청은 「범죄수사규칙」을 제정해 체포 시 행동수칙과 수용자 가족에 대한 현장 조치 방안을 마련했다. 이는 체포 과정에서 수용자 가족에 대한 행동수칙 마련이 미진하다는 국가인권위의 지적을 반영해 관련 규정을 개정·신설한 것이다.
수용자 자녀의 심리 상담을 위한 전문인력의 투입과 전문 상담기관의 확충도 중요하다. 박선영 교수(한세대 경찰행정학과)는 “부모의 수감 사실을 자녀가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며 “전문 상담사나 심리치료사를 통해 자녀의 시각을 고려한 설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림 대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부모의 수감 사실을 사실대로 알리는 것이 자녀의 건강한 사고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수용자 자녀들만으로 구성된 편안한 캠프나 진로지도 프로그램이 시행되는 상담기관은 더욱 절실하다. 수용자 자녀는 일반 가정의 자녀와 달리 가족의 이야기를 바깥으로 꺼내기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수용자 자녀의 부모수감 이후 삶의 변화와 서비스 욕구에 관한 질적 연구」(이지선 외 2인, 2022)에 따르면 수용자 자녀는 자신이 상담을 받는 기록조차 외부에 남기지 않을 만큼 가족과 관련한 사안에 예민하기 때문에 철저하게 비밀이 유지되는 상담 지원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경제적 어려움 역시 남겨진 수용자 자녀의 목을 옥죈다. 부양자가 부재한 수용자 자녀들은 생활비나 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어린 나이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행법상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수용자 자녀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통해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수용자 자녀를 온전히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생계급여는 4인 가구 기준 183만 3572원, 1인 가구 기준 62만 3368원이 지원된다. 그러나 이 금액만으로는 생계부양자의 부재로 인한 소득의 공백을 메꾸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재판이나 접견 과정에서 지출되는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현실적인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현행 제도에서 발생하는 수용자 자녀에 대한 경제적 지원 공백을 채우기 위해 별도의 기금을 마련하거나 기존의 기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 가능한 대안이다. 「범죄피해자보호기금법」 개정을 통해 수용자 자녀를 범죄피해자로 범주화하고 범죄피해자 보호 기금을 통해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한 가지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양육자의 수용으로 인해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아동은 자신이 관여하지 않은 양육자의 범죄행위로 인해 피해를 당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우의 수 고려한 세심한 지원 필요해]
수용자 자녀를 개별적 인격체로 존중할 수 있는 섬세한 지원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수용자 자녀에게 일률적인 지원책을 적용하기에는 다양한 상황에 놓인 자녀들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수용자 자녀 지원의 목적은 주로 ‘수용자의 교화’에 집중돼 있다. 자녀를 포함한 가정을 지원해야 수용자의 재범률을 낮출 수 있다는 범죄 통제 차원으로서 접근이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수용자 부모와의 결합을 원치 않는 자녀가 부모와 자신의 삶을 분리해 살아가는 데 있어 어려움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에 관해 박선영 교수는 “자녀가 부모와 관련해 법률적인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일 경우, 자녀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 과정에서 양육대상자인 부모의 공백을 메꿀 수 있도록 법정대리인 지정에 대한 안내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양중진 법무법인 솔 변호사는 “자녀가 부모와의 관계를 숙고해 결정하면 그 의사가 존중돼야 한다”며 “부모의 친권 상실 여부를 자녀가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부모의 죄를 자녀에게 투영하는 사회]
혈연이란 이유로 가족에게 연대책임을 묻는 연좌제는 1980년 폐지됐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는 수용자 자녀를 또 한 명의 수용자와 같이 바라보고 있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부모의 문제를 자식에게 투영하는 풍토는 점점 옅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정서적 연좌제는 한국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다. 양중진 변호사는 “예로부터 가족 단위 노동력이 중시되는 농경 사회로 대를 이어온 한국은 자식을 부모의 소유물로 여기는 인식이 강했다”며 “연대책임의 풍토는 유교 문화의 관례적 현상”이라고 정서적 연좌제의 뿌리를 설명했다.
수용자 자녀가 살아가기에 아직 우리 사회의 온도는 차갑기만 하다. 지원의 사각지대에 처한 수용자 자녀에게 국가 차원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함은 물론, 시민 개개인 역시 죄 없는 자녀에게 부모의 죄를 씌어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이들을 향한 냉랭한 시선에서 벗어나 그들의 고통에 진정으로 공감하는 따뜻한 품을 그려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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