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살고 싶어요... 우리 이렇게 죽지 말아요"
연합뉴스에서 세움 이경림 대표와의 인터뷰 통해 수용자 자녀와 수용자 가족이 경험하는 심리적 양상과 사례 그리고 세움의 비밀친구,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촉구 캠페인에 대한 내용을 담아주셨습니다. |
- 출처 : 연합뉴스 (https://m.yna.co.kr/)
- 최종 배포 일시 : 2023.10.27.
- 윤근영 선임 기자/ 취재지원 : 김수지 인턴 기자
* 해당 인터뷰는 분량이 많아 3주간 나눠 송고되었으며 그 2번째 기사입니다.
- 부모가 범죄를 저지르면 자식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 양가(兩價)감정이 있다. 내가 왜 저런 부모한테 태어났는가 하는 원망이 있을 수 있다. 동시에 사람들이 범죄자라고 비난하지만 나한테는 하나뿐인 엄마이고 아빠인데,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갖기도 한다. 어떤 여중생 아이는 학교에 제대로 가지 못했다. 수감돼 있는 아버지가 이런저런 서류를 떼오라고 시켰기 때문이다. 교도소에 있는 어떤 엄마는 여고생 딸에게 재심을 위한 서류를 준비하라고 하고, 변호사를 만나라고 했다. 그 아이 역시 이런 일을 하느라 학교 출석을 제대로 못 했다. 이런 것을 보면 속상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 부모의 죄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경우도 있지 않나.
▲ 학대당한 아이들은 맞았다고 하지 않고, 넘어졌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그건 부모를 위하는 마음일 수 있다. 그러나 사안이 심각한 경우에는 아이를 부모로부터 격리해야 한다. 한 여고생은 어릴 때부터 아빠한테 많이 맞았다. 옷걸이, 야구방망이, 효자손 등으로 구타당했다. 이틀에 한 번씩 맞은 셈이다. 사춘기가 됐을 때는 아빠로부터 성추행과 성희롱까지 당했다. 이런 경우에는 아이가 부모와 함께 살게 해서는 안 된다.
-- 엄마는 이런 상황을 계속 묵인하거나 방치했나.
▲ 엄마는 "너 때문에 아빠가 구치소에 갔다"면서 아빠를 위한 탄원서를 쓰라고 압박했다. 딸은 아빠보다 엄마가 더 밉다고 했다. 이렇게 어머니의 방조 아래 아버지가 자식한테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가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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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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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식이 범죄를 저지르면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 본인이 자식을 잘못 가르쳐서 사회에 해악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부모 본인의 잘못이며, 자기가 교도소에 가는 게 맞다고 한다. 사회에 지은 죄를 갚아야 하고, 손자녀들을 더 반듯하게 키워야 한다는 압박감을 갖는다.
-- 자식의 죄를 씻기 위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부모도 있다고 하던데.
▲ 어떤 할아버지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신문에 나온 대형 살인사건의 범인이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조상의 묘에 가서 사죄하고, 그 뒷산에 올라가서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몇 번이나 실패한 할아버지는 "이렇게 목숨 끊기가 어려운데, 어쩌다 내 아들은 사람을 죽였나"라면서 한탄했다고 한다.
-- 수용자 가족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빠지는 일도 있을 듯한데.
▲ 한 엄마는 평범한 주부였다. 어느 날 남편은 사업 실패로 경제사범이 돼서 수감됐다. 알고 보니 남편은 바람까지 피웠다. 이혼한 엄마는 아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지방에 내려갔다. 공장에 취업했지만, 생활이 쉽지 않았다. 우울증과 공황장애까지 왔다. 이 엄마는 죽고자 했고, 아이들까지 하늘나라로 데려가려 했다. 이때 아이들은 무릎을 꿇고 빌었다. 초등학생 아이들 3명은 "엄마, 나 죽기 싫어. 나 살고 싶어. 우리 죽이지 말고 같이 살아요"라고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엄마는 세 아이를 껴안고 목 놓아 울었다. 엄마는 아이들한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면서 후회했다.

-- 아이들의 정신적 건강을 회복하는 게 중요한 일인 듯하다.
▲ 수용자 자녀들은 학교 전학, 이사, 양육자 변경 등으로 인해서 어려움을 겪는다. 세움은 그런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지지해주고, 상담도 해주고, 청소년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이끈다. 이런 과정은 아이들이 건강한 성장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 범죄 피해자 가족들은 도와주지 못하면서 가해자를 돕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의견이 있는데.
▲ 충분하지는 않지만 범죄피해자를 지원하는 제도가 있다. 2008년 범죄피해자지원에 관한 법이 생겼고, 범죄 피해자 지원기금도 조성됐다. 이렇게 해서 범죄피해자를 지원하는 스마일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세움이 지원하는 대상은 수용자가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아동이다.
-- 어떤 사람들이 수용자 자녀들을 도와주나.
▲ 부모의 범죄와 분리해서 아동을 보는 사람들이 도와준다. 자녀에게는 죄가 없다고 판단하는 분들이 묵묵히 후원한다. 유명인 중에는 이성미(개그우먼), 송은이(개그우먼), 이정은(배우), 이영표(전 축구 국가대표선수), 션(가수), 이지선 이화여대 교수 등이 있다.
-- 구체적으로 무엇을 도와주나.
▲ 가수 션은 아주 성실한 분이다. 아이들 모임에 꼭 온다. 시간이 없으면 잠깐이라도 들러서 아이들을 본다. 지난달에도 햄버거집을 통째로 빌려서는 아이들을 초대했다. 이지선 교수님은 매달 아이들 모임에 참여하고, 1박 2일 캠프에도 같이 가줬다. 송은이, 이영표 님도 아이들 모임에 함께 해주시고, 영화도 같이 보는 등 적극적으로 시간을 내주시는 분들이다.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배우 이정은 님도 아이들을 만나 같이 식사도 하곤 한다. 한번은 식사를 함께한 아이들 두 명 모두 지방에 각각 살았는데 본인이 직접 승용차를 운전해서 집에까지 데려다줬다. 먼 거리였지만 아이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았다고 했다. 이성미 님도 한 가정의 아이 4명과 그들의 어머니를 4년간 지원하고 있다. 같이 식사도 하고 자기 이야기도 들려주면서 그 가족을 격려해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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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살고 싶어요... 우리 이렇게 죽지 말아요"
연합뉴스에서 세움 이경림 대표와의 인터뷰 통해
수용자 자녀와 수용자 가족이 경험하는 심리적 양상과 사례
그리고 세움의 비밀친구,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촉구 캠페인에 대한 내용을 담아주셨습니다.
* 해당 인터뷰는 분량이 많아 3주간 나눠 송고되었으며 그 2번째 기사입니다.
- 부모가 범죄를 저지르면 자식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 양가(兩價)감정이 있다. 내가 왜 저런 부모한테 태어났는가 하는 원망이 있을 수 있다. 동시에 사람들이 범죄자라고 비난하지만 나한테는 하나뿐인 엄마이고 아빠인데,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갖기도 한다. 어떤 여중생 아이는 학교에 제대로 가지 못했다. 수감돼 있는 아버지가 이런저런 서류를 떼오라고 시켰기 때문이다. 교도소에 있는 어떤 엄마는 여고생 딸에게 재심을 위한 서류를 준비하라고 하고, 변호사를 만나라고 했다. 그 아이 역시 이런 일을 하느라 학교 출석을 제대로 못 했다. 이런 것을 보면 속상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 부모의 죄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경우도 있지 않나.
▲ 학대당한 아이들은 맞았다고 하지 않고, 넘어졌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그건 부모를 위하는 마음일 수 있다. 그러나 사안이 심각한 경우에는 아이를 부모로부터 격리해야 한다. 한 여고생은 어릴 때부터 아빠한테 많이 맞았다. 옷걸이, 야구방망이, 효자손 등으로 구타당했다. 이틀에 한 번씩 맞은 셈이다. 사춘기가 됐을 때는 아빠로부터 성추행과 성희롱까지 당했다. 이런 경우에는 아이가 부모와 함께 살게 해서는 안 된다.
-- 엄마는 이런 상황을 계속 묵인하거나 방치했나.
▲ 엄마는 "너 때문에 아빠가 구치소에 갔다"면서 아빠를 위한 탄원서를 쓰라고 압박했다. 딸은 아빠보다 엄마가 더 밉다고 했다. 이렇게 어머니의 방조 아래 아버지가 자식한테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가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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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식이 범죄를 저지르면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 본인이 자식을 잘못 가르쳐서 사회에 해악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부모 본인의 잘못이며, 자기가 교도소에 가는 게 맞다고 한다. 사회에 지은 죄를 갚아야 하고, 손자녀들을 더 반듯하게 키워야 한다는 압박감을 갖는다.
-- 자식의 죄를 씻기 위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부모도 있다고 하던데.
▲ 어떤 할아버지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신문에 나온 대형 살인사건의 범인이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조상의 묘에 가서 사죄하고, 그 뒷산에 올라가서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몇 번이나 실패한 할아버지는 "이렇게 목숨 끊기가 어려운데, 어쩌다 내 아들은 사람을 죽였나"라면서 한탄했다고 한다.
-- 수용자 가족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빠지는 일도 있을 듯한데.
▲ 한 엄마는 평범한 주부였다. 어느 날 남편은 사업 실패로 경제사범이 돼서 수감됐다. 알고 보니 남편은 바람까지 피웠다. 이혼한 엄마는 아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지방에 내려갔다. 공장에 취업했지만, 생활이 쉽지 않았다. 우울증과 공황장애까지 왔다. 이 엄마는 죽고자 했고, 아이들까지 하늘나라로 데려가려 했다. 이때 아이들은 무릎을 꿇고 빌었다. 초등학생 아이들 3명은 "엄마, 나 죽기 싫어. 나 살고 싶어. 우리 죽이지 말고 같이 살아요"라고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엄마는 세 아이를 껴안고 목 놓아 울었다. 엄마는 아이들한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면서 후회했다.
-- 아이들의 정신적 건강을 회복하는 게 중요한 일인 듯하다.
▲ 수용자 자녀들은 학교 전학, 이사, 양육자 변경 등으로 인해서 어려움을 겪는다. 세움은 그런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지지해주고, 상담도 해주고, 청소년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이끈다. 이런 과정은 아이들이 건강한 성장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 범죄 피해자 가족들은 도와주지 못하면서 가해자를 돕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의견이 있는데.
▲ 충분하지는 않지만 범죄피해자를 지원하는 제도가 있다. 2008년 범죄피해자지원에 관한 법이 생겼고, 범죄 피해자 지원기금도 조성됐다. 이렇게 해서 범죄피해자를 지원하는 스마일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세움이 지원하는 대상은 수용자가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아동이다.
-- 어떤 사람들이 수용자 자녀들을 도와주나.
▲ 부모의 범죄와 분리해서 아동을 보는 사람들이 도와준다. 자녀에게는 죄가 없다고 판단하는 분들이 묵묵히 후원한다. 유명인 중에는 이성미(개그우먼), 송은이(개그우먼), 이정은(배우), 이영표(전 축구 국가대표선수), 션(가수), 이지선 이화여대 교수 등이 있다.
-- 구체적으로 무엇을 도와주나.
▲ 가수 션은 아주 성실한 분이다. 아이들 모임에 꼭 온다. 시간이 없으면 잠깐이라도 들러서 아이들을 본다. 지난달에도 햄버거집을 통째로 빌려서는 아이들을 초대했다. 이지선 교수님은 매달 아이들 모임에 참여하고, 1박 2일 캠프에도 같이 가줬다. 송은이, 이영표 님도 아이들 모임에 함께 해주시고, 영화도 같이 보는 등 적극적으로 시간을 내주시는 분들이다.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배우 이정은 님도 아이들을 만나 같이 식사도 하곤 한다. 한번은 식사를 함께한 아이들 두 명 모두 지방에 각각 살았는데 본인이 직접 승용차를 운전해서 집에까지 데려다줬다. 먼 거리였지만 아이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았다고 했다. 이성미 님도 한 가정의 아이 4명과 그들의 어머니를 4년간 지원하고 있다. 같이 식사도 하고 자기 이야기도 들려주면서 그 가족을 격려해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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